브랜드 이름을 정하고 로고까지 만든 뒤에 상담을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단계에서 선행상표를 확인해 보면 이미 유사한 등록상표가 있어 이름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종종 생깁니다. 간판, 패키지, 명함, 앱스토어 등록까지 마친 뒤라면 손실이 작지 않습니다. 이름을 확정하기 전에 확인해야 하는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똑같지만 않으면 된다”는 오해
가장 흔한 오해입니다. 상표법은 선등록상표와 동일한 상표뿐 아니라 유사한 상표도 등록을 거절합니다. 소비자가 출처를 혼동할 우려가 있는지가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철자를 한 글자 바꾸거나, 띄어쓰기를 없애거나, 영문을 한글로 바꾸는 정도로는 회피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유사 판단의 세 가지 축
| 기준 | 무엇을 보나 | 자주 걸리는 예 |
|---|---|---|
| 외관 | 글자 모양, 도형의 형태, 전체적인 시각적 인상 | 로고의 구도나 도형 요소가 유사한 경우 |
| 칭호 | 불렀을 때의 발음 | 철자가 달라도 읽는 소리가 같거나 비슷한 경우. 실무에서 가장 자주 문제됩니다. |
| 관념 | 상표가 주는 의미·연상 | 같은 뜻의 다른 언어 표현, 번역어 관계 |
세 가지 중 하나만 유사해도 전체적으로 유사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특히 국문 상표와 영문 상표가 같은 발음으로 읽히면 칭호가 동일한 것으로 보아 유사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표를 지어 놓고 “발음해 보세요”라고 부탁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눈으로 볼 때 달라 보여도 입으로 말하면 같아지는 이름이 의외로 많습니다.
상표는 이름 단독으로 판단되지 않습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축은 지정상품·서비스입니다. 상표권은 “이 이름을 세상 모든 곳에서 독점한다”가 아니라 “이 이름을 이 상품 영역에서 독점한다”는 권리입니다. 그래서 같은 이름이라도 상품 영역이 충분히 다르면 각각 등록되어 공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상품이 서로 유사한지는 유사군코드라는 실무 기준으로 판단하는데, 이 분류가 일반인의 직관과 어긋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혀 다른 사업이라고 생각했는데 같은 유사군으로 묶여 있어 거절되기도 하고, 반대로 비슷해 보이는 두 상품이 다른 군에 속하기도 합니다.
또 하나 자주 놓치는 부분은 사업 확장 계획입니다. 지금은 오프라인 매장만 하더라도 온라인 판매나 프랜차이즈를 계획하고 있다면, 그 영역까지 지정상품에 포함해야 나중에 다시 출원하지 않습니다. 물론 지정상품을 늘리면 관납료도 늘어나므로, 필요한 범위를 정하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널리 알려진 상표는 예외입니다
주지·저명한 상표는 상품이 다르더라도 거절되거나 분쟁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유명 브랜드를 살짝 비틀어 다른 업종에 쓰려는 시도가 위험한 이유입니다.
직접 검색해 보실 때
특허청 KIPRIS(kipris.or.kr)에서 누구나 무료로 상표를 검색할 수 있습니다. 이름 후보를 좁히는 단계에서는 충분히 유용하므로, 먼저 돌려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다만 다음은 단순 검색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 유사 발음·유사 외관 상표 — 정확히 같은 문자열만 검색하면 정작 문제가 되는 상표를 놓칩니다.
- 미공개 선행출원 — 최근 출원된 건은 아직 검색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먼저 출원한 사람이 우선하므로 이 공백이 실제 위험입니다.
- 지정상품 범위 판단 — 어떤 유사군까지 겹치는지는 코드를 확인해야 알 수 있습니다.
- 선행상표와 무관한 거절이유 — 상품의 성질을 그대로 나타내는 표현이나 흔한 지리적 명칭처럼 식별력이 부족한 상표는, 앞서 등록된 상표가 하나도 없어도 거절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검색해 봤는데 아무것도 없어서 안심했다”는 분들 중 상당수가 식별력 문제로 거절되는 경우를 봅니다. 아무도 등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누구나 써야 하는 말이라 등록될 수 없다는 뜻일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름을 확정하기 전에 하시면 좋습니다
선행상표 검토는 후보가 두세 개 남았을 때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하나로 확정하고 로고·패키지·간판까지 만든 뒤에 검토하면 선택지가 없어집니다. 후보 단계에서 확인하면 문제가 있는 이름을 걸러내거나, 지정상품 구성을 조정해 등록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을 함께 잡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면, 상호 등기·사업자등록·도메인·플랫폼 스토어명은 상표권과 전혀 다른 제도입니다. 오래 사용해 왔다는 사정이 일정한 경우 항변 사유가 될 수는 있지만, 그 요건이 까다롭고 입증도 쉽지 않습니다. 브랜드를 오래 쓸 계획이라면 출원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상표의 유사 여부와 등록 가능성은 개별 상표와 지정상품에 따라 달라지며, 사전 검토가 특정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